<그때도 좋았지만, 지금도 좋아>를
이렇게 읽었다 ②
— 이력서에 담을 수 없는
나는 무궁무진하다
책에서 가장 강하게 멈춰 서게 만든 이야기는
경주마 이야기였다.
경주마는
천천히 걷는 법을 배운 적이 없다고 한다.
눈가리개를 쓰고
앞만 보고 달리도록 훈련받았기 때문에
주변을 살피는 법도,
속도를 늦추는 법도 모른다.
옆에 다른 말이 있으면
무조건 앞서려 하고,
장애물 앞에서는 크게 당황한다.
이 이야기를 읽다가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다.
이건 말 이야기가 아니라
사람 이야기 같다고.
천천히 살면
뒤처질 것 같은 불안이 늘 따라다녔다.
내 속도로 가다가는
밀려날 것 같은 초조함도 있었다.
그래서 나도 모르게
눈가리개를 한 채 달리고 또 달렸다.
달려서 낸 성과,
눈에 보이는 결과,
설명 가능한 이력만이
나의 가치인 것처럼 살아왔다.
그러다 이어서 등장한 이야기가
폴란드 시인
<비스와바 심보르스카의 〈이력서 쓰기〉>였다.
이력서를 쓸 때는
풍경을 주소로 바꾸고,
추억을 날짜로 바꾸고,
가치보다 가격을 적으라고 한다.
그리고
꿈에 대해서는
조용히 입을 다물라고.
그 문장을 읽고
이 말이 오래 남았다.
이력서에 담을 수 없는 ‘나’는 무궁무진하다.
그동안 나는
이력서에 담을 수 있는 나만
열심히 키워온 건 아닐까.
속도를 줄이면
사라질 것 같았던 나는,
어쩌면
속도를 지워야 보이는 나였을지도 모른다.
속도를 내려놓는다는 생각은
자연스럽게 이런 질문으로 이어졌다.
자연스럽게 '나는 어떤 기준으로 살고 싶은가'라는
질문으로 이어졌다.
→ 다음 글에서는 이 책이 나에게 던진
‘기준’과 ‘세계’에 대한 이야기를 이어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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